인터뷰어 우자이
송의 답변에 이어서, 쿰펠의 답변이다.
인터뷰이 쿰펠
덜컥거리는 단어, 신발
대충 75킬로 정도 되는 무게를 하루에 12시간 가까이 버티며 때로는 돌부리에 체이기도 하고, 비나 눈이 오고 난 뒤 물기를 가득 머금은 진흙을 밟기도 하고, 첫 면접을 보러 가기 전 밤새 외운 독일어 문장을 중얼거리며 먼지를 털어주기도 하고, 머얼리 산책 나간다 생각하고 구둣끈을 꽉 조여 맨 채 안 가본 도시를 가보기도 하고, 출근길 또각또각 구둣소리를 들으며 오늘 하루도 힘내자며 스스로를 격려도 해주고, 퇴근하고 오랜만에 마음 맞는 사람과 근방에 유명한 맥주집에도 가보고.
오랜 시간 함께하고 내가 한 경험은 대부분 같이 한 신발. 내가 소유한 물건 중 가장 고생하는 신발. 집에 돌아와 현관에 가지런히 놓았더니 내 발 모양에 맞추어 어제보다 더 주름져있다. 앞으로도 수 많은 또 다양한 경험을 함께 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흐뭇해진다. 10년 뒤에는 아마도 내 얼굴에 주름이 더 많겠지?
조금씩 나이가 들수록 내가 가진것들의 가짓수는 줄여나가보려고 한다. 대신 오래 함께하려 한다.
인터뷰어 우자이
신발은 곧 '시간'으로 이어지는데 쿰펠이 항상 '마흔살의 나'를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에게 시간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다. 주름이 늘어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비나 눈이 오고 난 뒤 물기를 가득 머금은 진흙을 밟기도, 멀리 산책나가는 겸 다른 도시를 가보기도 하는 그런 신발이야기를 들으며 발가락에 느껴지는 감각을 상상했다. 이국의 땅에서 느껴지는 습기와 양말의 촉감을 얼마나 다른지, 면접을 보면서 발에 식은땀이 났을지 그런 지극히 개인적인 감각이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