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1) 리스트형 자연스러움과 소비 - 김훈 『풍경과 상처』읽기 굴삭기 자격증을 발급 받으러 가다가 한국 산업인력공단 서울 동부지사는 뚝섬유원지역 근처였다. 뚝섬유원지의 하늘은 다리로 연결되는 고가도로로 덮여있는데, 유난히 높아보이는 기둥과 너른 한강과 넉넉한 건물 사이공간 덕에 성수역이나 노원역의 그것과는 달랐다. 넓고 높은 공간감은 한강의 물과 습기 어린 강바람에 잘 맞았고, 그 감각은 사람이 없을 때면 헛헛함을 전해주곤 했다. 그날, 자격증을 받으러 가는 길이 꼭 그랬다. 자격증을 뽑는 일은 두번의 ‘네' 하는 단답과 사천 원이면 끝이 났다. 그 끝에, 그 단순함에 집엘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한강만 멍하니 바라봤다. 물은 아무도 모르게 천천히, 그리고 막을 길 없이 계속해서 흘러갈 것이었다. 마음속 퀭한 구멍으로 저 한강물이 먹먹하게 들어오는 듯했다. 운전이란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