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사원 질문 1부] 건축가로써 목표와 방향은 무엇일까요?
공간일기 최사원의 질문 안녕하세요. 최사원입니다. abBA 블로그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1인으로써, 이번에 새로 포스팅에 합류하게 되어 감회가 큽니다. 반갑습니다! 최사원 공간일기 SPACE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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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사원 님의 질문에 대답하기에 앞서
최사원 님의 글 말미에 "자신이 만족할만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의 욕구를 확인하는 것이우선이다"라는 문구가 어쩌면 질문하신 세 가지의 물음 일부에 답변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씀하신 대로 목표는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라는 큰 틀 안에서 설명을 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매슬로우의 5가지 욕구 중 현재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과 사회적 욕구 는 충족을 한 상태입니다. 5가지의 욕구 중 3가지가 만족한 상태이기에 나름대로 성공했다 혹은 행복한 단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5가지 욕구에 빗대어 얘기해보고 다시 질문하신 내용으로 돌아가 제 생각을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1. 생리적 욕구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면서도 충족하기 힘들었던 욕구입니다. 독일에서 생활한지도 어느덧 3년이 다 되어가는데요. 식문화와 재료, 기후, 환경, 언어, 생김새,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등 모든 게 다르다 보니 불면증으로 한동안 고생을 하기도 하고 입맛이 없어 잘 못 먹기도 했었습니다. 한국에 살 때는 이러한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들의 충족을 참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타지 생활을 하다 보니 얼마나 중요한 욕구인지 새삼 깨닫게 되고, 또 소중히 여기는 중입니다.
2. 안전의 욕구
신체적인 안전도 중요하지만 정서적인 안전 역시 굉장히 중요하죠. 해외살이를 하면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비자 문제입니다. 독일어 공부를 명목으로 1년간 유효한 어학 비자를 받았었고 그 기간 안에 취직을 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취직을 했고 별 탈 없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 거로 보입니다. 이제는 일하는 것도 어느 정도 적응했고 다음 행선지를 어디로 정할지가 고민 중입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비자 문제나 취업 걱정을 했던 것을 생각하면 많이 발전했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끼는 요즘이네요.
3. 소속과 사회적 욕구
베를린은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임에도 저에게 베를린에서의 2년은 그리 좋은 기억이 아닙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소속과 사회적 욕구' 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베를린에서의 2년은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독일어 학원을 다녀와서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생활을 반복하고 거기에 코로나로 도시가 락다운에 들어가면서 강제로 집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도시도 분명 아름답고 사람들도 행복해 보이는데 정작 제 자신은 혼자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독일 사회 구성원으로서 1인분을 해나가는 게 아니라 겉도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슈투트가르트에 직장을 구해 이사를 하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건축가로서 일해나가는 지금, 드디어 나도 독일 사회의 구성원 중 한 명임을 느끼며 사회적 욕구를 충족해나가는 중입니다.
4. 존경의 욕구 / 5. 자아실현의 욕구
아직 성취했다고 보기에는 힘든 욕구 단계인거같아요. 소속과 사회적 욕구가 채워지니 저도 자연스럽게 회사에서 인정받고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역시나 욕심이라고 칭했듯, 언어적인 한계를 느끼면서 마음만 조급 해지는 결과를 초래했어요. 1년간 퇴근하고 따로 건축과 관련된 공부도 하고 독일어 공부도 꾸준히 했지만 생각만큼 빨리 늘지 않아 항상 마음 한편에 조바심을 가진 채 살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유로워지자고 마음먹었습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또 즐겁게 살다 보면 어느새 발전 한 제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며 기다리는 상태입니다.
최사원 님의 질문으로 돌아가
- 각자가 생각하는 성공이란? (소득 안정성, 워라벨, 사회적 위치 혹은 다른 성공기준 또는 목표는?)
- 위에서 매슬로우의 욕구단계를 나열한 이유입니다. 그때 그때 조금이라도 성장을 했다고 느끼거나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 편입니다. 저는 제 건축적 역량이나 실력을 객관적으로 보고자 노력하는데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말하는 보편적인 성공을 성취할 만큼의 역량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어 현재 상태에서 행복함을 찾으려 하고 제 글 카테고리들처럼, 살아보고 싶은 도시를 찾는 과정이라던가 나이 마흔에 의미부여를 하고 취미 활동이나 정신건강에 집중을 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 건축은 앞선 성공에 이르기 수월한 일인지?
- 건축가라는 직업군만 봤을때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수익구조 자체가 일정 기간 동안 단순 인력을 투입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IT 직업군의 경우 시간과 돈을 들여 상품 혹은 수익구조를 개발하면 그 생산품이 지속해서 수익을 벌어들입니다. 그러나 건축은 설계비를 받고 기한 내에 설계를 하고 나면 더 이상의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없기에 결국 프로젝트는 더 많이, 그러나 사람은 최소한으로를 지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소득의 안정성, 워라벨은 지켜지기가 상당히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가라는 직업은 매력적이라 생각합니다. 종합적인 학문이다보니 건축뿐만이 아니라 지리, 역사, 기후,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고 또 그것에 건축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꽤나 즐겁게 느껴집니다. 굳이 건축적인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거나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모르는 것들을 알게 되고 사소한 것에서 아름다움 그리고 만족감을 얻을 기회가 많아진달까요? 저는 제 직업에 아직까지는 만족하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