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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 > 우자이/삶과 생각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 위선적이지 않은 반성을 할 것.

카라바조의 전시를 봤다.
고통과 슬픔이 적나라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작가의 반성이 묻어났다.

그는 이중적 인간이었다. 술버릇이 고약한 것으로 유명했고, 온갖 폭력을 일삼았다.
결국 살인을 저질러 도피 생활을 하다 객사했다.
반면 그의 그림은 자신의 죄를 시인했다.
끊임없이 죄를 고백했고, 고통을 감내하며 뉘우치려는 듯했다.

그의 양면적 모습에서 나는 나를 보았다.
죄의 크기와 무게가 다를 뿐, 나도 계속 잘못을 저질렀고, 뉘우쳤다.
특히 더 악질적인 부분은, 내 반성이 나를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보는 내 이미지를 위해서였다는 사실이다.

분명 나에겐 반성은 낙원이었다. 반성적 태도를 가지면, 남들은 따듯한 말을 건넸고 난 안도했다.
반성하면 다음엔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마치 새사람이 된 듯, 스스로를 믿게 됐다.

전시를 보기 전 대학 친구 효범이를 만났다.
내 생활에 대해 가만히 듣던 효범이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형, 남에게 형을 증명하려 하지 않아도 돼요."
분명 나를 안쓰럽게 생각하여 꺼낸 말일테지만, 회초리 같았다.
너의 삶을 살라는.
진정 부끄럽다면 속으로 삭히고, 가끔 어렵게 들여다 볼 일이지
온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이윤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