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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 > 우자이/삶과 생각

철들지 않은 구석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23년 막바지, 고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를 만났다. 어릴 때를 같이 보냈던 탓에 그 시절 이야기가 자연스레 오갔다. 20년 정도 지난 기억을 끄집어냈다. 지금과 그때가 어떻게 다른지 얘기했다. 어떤 꿈이 있었는지, 학교를 어디 가고, 무엇을 배울 것이고, 어느 회사를 갈지 고민하는 순간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지금 가지고 있는 어려움과 걱정은 무언지.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갔다.
  우리는 그 때 꿈 꾸던 것과 지금은 너무도 다르단 걸 단박에 알아챘다.
  "야 이게 나이 드는건가봐. 남들이 보면 웃겠지만 이게 시작인가봐."
  "싫어. 나는 안늙을건데?"

철이 든다는 것

  이게 나이 든다는 것 또는 철이 든다는 걸까? 질문을 던져댔다. 그 질문을 더 고민해 보라는 듯, 오늘 아침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에 아래 글이 실렸다.

철이 드는 것이 언제나 '좋은 일'은 아닐 수 있다. 철이 드는 건 무언가를 얻으면서 잃는 일일 수 있다.

자제와 한계를 알면서 우리는 성숙에 이르고, 동시에 책임과 인정에 이르면서 철이 든다. 그런데 그렇게 철이 든다는 건 동시에 그만큼 '현실과 타협'한다는 뜻도 된다. 때론 현실의 한계뿐만 아니라 각종 부조리도 용인하고, 어릴 적의 무한한 정의와 신념보다는 사회적 생활에 필요한 지점들을 받아들인다.

자기만의 기준, 상상력, 정의, 감성, 꿈, 낭만 같은 것들을 현실 앞에서 가위질하는 게 철이 드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한 인간이 성숙한 어른으로 철이 들어간다는 건 점점 자신의 위치에 밝아진다는 뜻이다(마치 '밝을 철'이라는 한자어처럼).

『 철이 든다는 것의 의미 -  정지우』

철들지 않은 구석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친구와 옛날을 이야기하고, 철이 들었다는 걸 얘기하는 데에는 아쉬움이 가득 찼다. 씁쓸했다. 노련해지는 것도 좋지만, 명확한 목표나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래야 후회가 없다는 걸 몸으로 알았다. 적어도 나는.
  물론 세상을 보는 현실적인 시선과 감각을 갖는 일과 어떤 행동이 가지는 책임을 아는 것은 자연스럽고, 그래야 사회나 공동체에 잘 섞일 수 있겠지만, 마음 한편에는 철들지 않은 공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어쩌면 우리 삶의 숨구멍이 되고, 또 우리 삶을 더 전적으로 사랑하게 하는 가장 결정적이고도 작은 단서가 될지 모른다. (정지우 작가의 마지막 문장처럼)
  나에게는 건축이 그런 철들지 않은 영역? 공간? 구석이었으면 좋겠다. 그 꿈 자체로 버겁고 힘들더라도 지켜나갈 수 있으면 좋겠고, 한편으론 그 꿈이 가치 없어 보이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일상의 고단함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철이 든다는 것의 의미_선한 이야기 읽기_ 정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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