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달리기
무라카미 하루키와 그의 달리기 글을 이리저리 들춰보고 있다. 곧 봄이 온다. 그리고 추위가 가시면 나는 매일 달리기를 한다. 그에 준비 운동처럼, 기대감에 그의 문장을 훑는다.
어느 한 단락에서 하루키는 하버드 신입생으로 보이는 여자애들에게 점점 추월당하는 순간을 썼다.
그녀들 대부분은 날씬하게 마른 작은 몸집에, 하버드의 로고가 붙은 붉은 벽돌 셔츠를 입고 있다. 금발을 포니테일로 묶고, 신제품의 아이팟을 들으면서, 바람을 가르듯 일직선으로 도로를 달려간다.
거기에서는 틀림없이 알지 못할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것이 느껴진다.
사람들을 차례로 추월해 가는 것에 그녀들은 익숙해져 있는 듯하다.
그는 또 이렇게 썼다.
그에 비하면 나는, 내 자랑을 하는 건 아니지만, 지는 일에 길들여져 있다.
세상에는 내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산만큼 있고, 아무리 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산더미처럼 있다.
정말 세상에는 놀라운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대학생 때 나는 분명 최고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내가 세상을 잘 몰라서 그랬던 거고. 지는 일에 길들여진다는 말에 어느 그늘과 우울 없이 고개가 끄덕여졌다. 암 그렇고 말고. 세상은 내 마음처럼 되는 건 하나 없었다.
그녀들에게는 그녀들에게 어울리는 페이스가 있고 시간성이 있다.
나에게는 나에게 적합한 페이스가 있고 시간성이 있다.
그것들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며,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한 것이다.
이렇게 말 할 수 있는 건 그의 달리기와 글쓰기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했다. 꾸준하게 일정 거리를 달리는 행동, 매일 하루에 3시간에서 4시간 집중해 글을 쓴다던 말은 참 닮아있었다.
아무튼 곧 이불 밖은 위험한 아침은 물러갈 거다. 몸은 곧 매일 달릴 준비를 한다. 이번 달리기는 속도나 내 기량에 집중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그저 즐거워서 달렸으면.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