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가이드 7월호
친구가 서울아트가이드 7월호에 실린 글을 보내왔다. 마지막 부분에 시니컬함이 폭발한다며.
최근 원로 작가들의 야심 찬 근작들을 자주 접하고 있다.
80이 넘는 나이까지 지속적으로 작업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대단하지만
…
그러나 이미 자신의 오랜 작업들을 부단히 자기 복제하고 있으며
시장의 요구에 순응해 마치 찍어내듯이 반복해서 작업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가격을 염두에 두어서인지 한결같이 거대한 화면을 영혼 없이,
공허하게 채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나이가 지긋이 들어도 깊어질 수 있을까?
글을 다 읽고 나니 시원하면서도 뒤가 구렸다. 자기 복제를 할 수밖에 없는 것들과 그림의 가격에 담긴 삶과 용기 내어 무언가를 할 수 없겠다는 단념이 그들에게는 있지 않았을까? 동질감일 수도 있겠고 애틋함일 수 있겠다.
그들의 삶은 숨이 붙어있는 한 계속될 테고, 삶이 계속되는 한 돈은 든다. 직업으로서 작가를 선택했다면 계속해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 상황에서 나라면 자기 복제에서 벗어나 더 나아진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까? 그때도 나는 성장을 이야기하고 깊어지는 걸 이야기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일 수 있을까? 아니면, 글에서 처럼 '한때의 소중한 작업을 노년에 부정'하지 않도록, 마무리할 수 있을까? 최소한 멈출 수 있을까?
건축은 새로이 무언가를 만든다는 점에서 그림과 비슷하다. 나이가 지긋이 들어서도 건축을 하게 되면 더 비슷해지는 것 같다. 그 때면 자신만의 언어를 갖게 된다. 클라이언트와 이야기하고 설득할 때,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자신의 생각을 녹여낼 줄 알게 되는 듯 보인다. 그래서. 작가들이 할 법한 질문들 내가 대신, 그리고 미리 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