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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사 가는 길 - 자연과 사찰이 만드는 시퀀스

백담사 가는 길

영실천과 백담사

  부모님 고향이 강릉인 탓에 1년에 한 번 즈음 설악산에 간다. 외설악은 산의 웅장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아라 하지만, 내설악은 오르며 이런저런 생각 하기에 좋다. 험한 산길을 오르진 않고 항상 백담사 까지만 다녀온다. 버스도 다니는데 꼭 걸어서 다녀온다.

길의 단면

  어느 날은 백담사까지 가는 길을 단면으로 남겼다. 4km 남짓, 1시간 거리의 길을 가며 땅과 나무와 개천의 모습을 기억하려 애썼다. 

영실천을 따라 오르면 백담사를 만난다.

  절까지 가는 길은 영실천을 따라 오르면 된다. 물은 왼편에서 혹은 오른편에서 넓어졌다 좁아졌다를 반복하며 흐른다. 우리는 물의 흐름을 거스른다. 경사가 조금은 있어서 중력도 거슬러 오른다.

일주문은 작은 언덕 위에 지어졌다.

  한시간 걷다 보면 영실천과 잠시 떨어진다. 그리곤 일주문을 만난다. 작은 언덕 위에 서 있는 탓에 일주문은 지붕과 현판부터 보인다. 기둥과 기단이 한눈에 들어오는 순간에도 문을 올려다본다. 오는 길 내내 나무 그늘이 있었는데 지붕 위에는 그늘이 없다. 기와는 밝게 빛난다. 응달 아래서 빛나는 기념비 같은 문을 바라본다. 그 너머가 바로 보이지 않아 이곳과 저곳은 다른 것 같다.

  그렇게 일주문을 지나 언덕을 내려가면 다시 영실천을 만난다. 길과 나란히 서서 함께 오르던 개천과는 다른 모습이다. 넓게 펼쳐져 있는 데다 길을 가로지른다. 길을 끊어낸다. 수심교로 건너가야 한다. 그 너머에 백담사가 있다. 금강문과 불이문과 극락보전이 높이를 구분하지 않고 평지에 함께 있다. 다리 양 옆에는 온갖 소원을 담은 돌탑들이 세워져 있다. 온갖 마음을 건너야 절을 만날 수 있다.

길과 영실천 그리고 대청봉

  백담사를 오르는 동안 영실천은 관계를 달리하며 우리와 만난다. 번뇌를 흘려 보내며 걷기를 함께하는 길동무였다가, 일주문을 지나선 속세를 구분하는 경계가 된다.
  그리고 절을 나올 때 흐르는 물을 보다 그런 생각을 했다. 이 물은 설악산 대청봉에서, 아니 산의 온갖 골짜기에서 모이고 모여 아래로 흘러갈 거다. 속세로 나아갈 거다. 맞다. 내려올 때의 영실천은 속세로 뛰어들기 위한 표지판 역할을 한다. 올라온 것처럼 따라 내려가면 된다.

  백담사는 이렇게 소개된다. 그간 영실천을 걷다 온 기억에 미루어 봤을 때, 과한 표현은 있지만 틀린 말은 아니구나 싶었다.

시원하게 흘러간 계곡의 맑은 물에 객진번뇌를 털어내고
설악 영봉의 푸른 구름을 벗 삼아
출격 장부의 기상을 다듬던 선불장이다.

 

 

백담사

백담사 : 님의침묵과 함께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설악산 백담사

www.baekdam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