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둔촌주공아파트
40년 동안 우리의 집이자 동네가 되어준 둔촌주공아파트를 떠나보내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파트가 집으로서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고, 그 시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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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 글을 읽다가
송의 글에서 '집과 복도를 구분하는 철문은 굳게 닫혀있지 않았다'는 문구를 보며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어요. 어릴 때 편복도식 아파트에 살았는데, 우리집은 복도 맨 끝에 있었고요. 엄마는 그 복도 끝을 항상 화분이나 그릇들, 조그마한 스툴로 꾸며놓았어요. 밖에서 쓸만한 서랍장을 두고는 층층이 작은 화분들을 놓기도 했고요. 엄만 미술 선생님이셨는데, 항상 우리집엔 친구들이나 동생들이 미술을 배우러 왔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애들 보라고 꾸며둔 것도 있지 않았나 싶어요. 송의 글을 읽다 보니 아쉬웠어요. 그때 그 기억을 보여줄 만한 사진이 없었거든요. 이런 시간과 기억들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참. 그러다 그에 비슷한 사진을 만나게 되어서 이렇게 토막글과 사진, 링크를 올려봐요.
복도 사진 한장 빌려왔어요
빌리브 매거진에 올라온 『주말의 캠핑』 김혜원 작가 인터뷰에서 따온 사진이에요. 어릴 때는 위스키 잔에 와인을 따라 마실 생각은 꿈도 못 꿨겠지만. 그 대신 옆집 고등학생 형이랑 겨울에 눈발을 맞으며 서있던 기억이 나요. 그땐 초등학생이었는데. 아무튼! 사진 속 노을빛이 어릴 때를 상상하게 하더라고요. 사무소를 다니기 시작한 뒤론 해 지는 것도 못보고, 옆집의 밥 짓는 냄새 그런 건 맡지도 못하잖아요. 참 아련한 색인 것 같아요. 하루를 잘 지냈는지 물으며 다독여주는 색 같아요.
북한산이 한눈에 보이는데 북한산 뷰 선셋이 저희 집의 자랑이에요. 노을이 질 즈음 좋아하는 컵에 좋아하는 음료를 담아 복도로 나가요. 라디오 방송 '배철수의 음악캠프' 틀어놓고 노을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환기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충전한 에너지로 저녁도 만들어 먹고, 밀린 집안일도 하고, 글도 씁니다.
틈틈이 자주 행복해지는 캠핑
에디터이자 작가인 김혜원은 행복은 계절 단위로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잡지 마감으로 우중충한 날을 저당 잡지 않고 매일, 틈틈이 행복한 시간을 집 안 곳곳에 심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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