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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 > 우자이/가구와 소품 그리고 공간

집과 사물

쿰펠의 글, 보금자리

 

01_보금자리

'보금자리'의 뜻풀이 중 '지내기에 매우 포근하고 평화롭고 아늑한 곳의 비유'가 마음에 든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다양한 보금자리를 경험해볼까? 누군가는 평생을 한 도시, 동네,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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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쿰펠의 글을 읽다 보니 도쿄에서 건축설계를 하고 일본에서 출간되는 건축 서적을 번역해 올려주는 '탄파쿠나'의 게시물 하나가 생각났다. '지금까진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마음'과 '가구나 식기가 구비된 집'에서 살다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문장에서 그랬다.

  쿰펠은 마음의 변화가 생긴 것 같았고, 그 마음이라면 전혀 다른 사물들을 고르고 집에 두게되지 않을까? 맞다! 언젠가 집에 둘 좋은 가구 하나 소개해달라는 그의 말도 생각났다. 삶이 바뀌면 사는 환경도 자연스레 바뀐다. 건축물은 후위에서 그 변화를 수용하지만 사물은 그 변화에 선두에 서서 움직인다.

탄파쿠나 게시물 '집이란 사물의 덩어리'

  탄파쿠나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한동안 계속 맴돌던 문장이 있었다. 몽골 유목생활은 소지품이 많아지면 정착생활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몽골의 한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몽골 유목민의 집의 시작은 이동식주거로 양과 함께 이동하는데 점차 가사도구가 늘고 움직임이 둔해지다가 결국에는 정착한다고 합니다.
소지품이 많이 증가하고 결국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거지요.
유목민이 정착화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물건을 못 버린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것에 있다고 합니다.
집이란 사물의 덩어리, 보물창고이며 위와 같은 방식으로 인간의 장소가 형성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집에는 인간과 사물의 애정 관계가 존재합니다.
친구네 집에 놀러가면 공간 그 자체는 보통의 방이지만 오래된 사진이나 처음보는 소품 등 그동안 수집한 물건에서 그 사람의 가치관을 느끼고 집의 역사를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집에서 특별한 시공간을 느낍니다.

집이란 인간의 거점이며 인간 정신의 근거가 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루이스 칸은 '방이란 마음의 거처'라고 했는데 이를 모방해서 말하자면
'집은 인간 마음의 장소이며 사물의 장소'입니다.
지금 시대에 적합한 인간의 장소를 만드는 것 또한 그것을 어떤 형태로 만들어야 할지 등 이러한 것들이 현대 건축가에게 부과된 문제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니지자와 류에, 『집이란 사물의 덩어리』

탄파쿠나 홈페이지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