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 가구로 나뉘어 있다
가구에 대해 고민하다 내 방을 둘러보았다. 퇴근하고 앉아있는 공간은 1인용 쇼파와 높은 책장과 책 선반과 스탠드로 구획했다. 잠자는 공간은 암막 커튼과 침대 헤드로 문과 창문의 시각적 연결을 막았다. 도시에서 건축으로, 건축물이 여러 방들로, 그리고 그 방이 조그마한 공간들로 나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끊임없이 공간을 분할하는 과정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도시에서 어떤 블록이 여러 필지로 나뉘고, 그 필지에 건축물이 들어서면 층으로 구분이 되든, 각 실로 구분이 되든, 단위세대로 나뉘는데 이는 경제적 이유 때문인 듯하다. 아파트의 단위세대에선 구성원에 의해 여러 방들로 또 나뉜다. 주 사용자가 나뉘고, 함께 쓰는 방과 아닌 방으로 나뉜다. 거실과 부엌과 화장실과 안방과 드레스룸이나 작은 방으로 나누고는 각자의 사용자와 역할이 정해진다.
내 방, 이곳은 내가 잠을 자고 간단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노래를 듣는 공간이다. 이 방은 가구로 더 세분화된 활동들로 구획된다. 특히 의자나 침대는 사물을 담는 책장과 다르게 사람의 활동을 담는다.
내 방, 책 읽는 공간 그림
예전에 방 안에 책 읽는 공간을 마련해 두고는 아늑한 감각이 너무 마음에 들어 그 공간 그림을 그려두었다. 높은 책장과 1인 안락 쇼파, 책 선반, 스탠드로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그림 속 치수와 빛
그 공간의 크기는 W750 X D1800, 내측 기준 W700 X D1250 이다. 아무렇지 않게 사이즈만 재 두었다가 문득 내 몸을 재어보았다. 내 다리 길이는 960mm, 안락 쇼파에 비스듬히 앉아있을 때의 길이는 1250mm, 두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있을 때의 폭은 690mm였는데 공간의 내측 기준 안에 모두 들어가는 치수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공간이 필요로 하는 크기란 일어나는 여러 활동 크기의 합집합이다.
그리고 공간에서 일어나는 활동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에 걸맞는 빛, 조명, 색은 그 활동을 구체적으로 만든다. 우주 속 외로이 읽는 책, 그 감각을 꿈꾸던 나는 스탠드 조명으로 책 읽는 공간만 밝히도록 했다. 그 안락 쇼파에 앉아있으면 다른 곳은 암전, 책과 나만 있는 공간 이도록 했다.
가구와 몸 그리고 활동
건축이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면
가구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동을 도와주는 설비이거나 이동성을 지닌 기구다.
…
건축가 르꼬르뷔지에는
“현대 주택의 평면 계획을 개혁하려면 우선 가구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대적 이념을 아무리 추구하려 해도 소용없게 된다.”라고
가구와 건축관계 중요성을 언급했다.
예전에 글을 읽다 그렇지 맞지 하며 스크랩해 둔 글이 조금은 다르게 읽혔다. 이렇게 강하게 표현하면 어떨까? 건축이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면 가구는 활동을 만든다. 몸의 치수와 활동 반경과 가구의 관계는 그만큼 밀접하다. 그리고 몸의 치수는 숫자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몸 자체로 느껴지는 것이고 직관적이다. 그만큼 더 구체적이다.